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을 정부가 언제 알아채는가. 고용노동부가 그 시점을 앞당기는 장치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29일 오후 2시 세종청사 장관실 회의실에서 주요 국책 연구기관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고용동향 점검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노동시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하반기 여건을 전망하는 동시에,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할 선제적인 고용안전망 강화 방안을 찾기 위한 자리였다. 회의에는 김영훈 장관과 고용정책실장 등 고용노동부 국·과장 11명, 한국노동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고용정보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전문가 8명이 참석했다. 다뤄진 주제는 최근 거시경제 동향 및 전망(KDI)과 2026년 상반기 노동시장 평가·하반기 전망(한국노동연구원) 두 가지다.
이날 논의의 한 축이 ‘한국형 카나리아 대시보드’다. 고용노동부는 이 대시보드를 인공지능(AI) 노출도가 높은 주요 직무의 산업·연령별 고용변화를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조기 경보를 제공하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이름은 과거 탄광에서 유독가스를 먼저 감지하던 카나리아에서 따왔다. 어떤 산업의 몇 살짜리 일자리가 먼저 흔들리는지를 통계 발표를 기다리지 않고 확인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전문가들은 대시보드의 안정적 구동과 모니터링 방안을 구체화하는 한편, 청년을 포함한 일자리 정책이 더 현장 중심적이고 효과적으로 설계될 방안을 두고 의견을 나눴다.
연령별로 본다는 대목은 청년에게 특히 중요하다. AI가 대체하기 쉬운 업무는 대체로 경력이 짧은 사람이 맡는 일과 겹친다. 신입 채용이 먼저 줄어드는 방식으로 충격이 나타나면, 전체 취업자 수 통계에서는 한참 뒤에야 드러난다. 연령을 쪼개 보는 감지판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 지점에서 나온다.
김영훈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청년 문제를 정면으로 언급했다. 장관은 “20·30 쉬었음 인구가 70만 명을 넘어서고, 일할 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점은 단순한 통계 이상의 무게로 다가온다”라며 “이 문제는 한 세대의 자립과 미래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성과 생산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과제”라고 말했다. ‘쉬었음’은 일할 능력이 있지만 구직 활동도 하지 않고 쉬고 있다고 답한 상태를 말한다. 실업자로도 잡히지 않아 실업률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다만 대시보드가 언제부터 실제로 돌아가는지는 이번 발표에 나와 있지 않다. 장관은 “노동부는 이달 발표한 「산업전환 고용안정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한국형 카나리아 대시보드’ 등 고도화된 모니터링 체계를 조속히 구축하겠다”라고만 밝혔다. 가동 시점이나 공개 방식, 어떤 지표를 쓰는지는 이날 자료 어디에도 없다. 지금 단계에서 청년이 이 화면을 열어 볼 수는 없다.
감지는 대책이 아니라는 점도 짚어 둘 필요가 있다. 대시보드는 어디가 얼마나 빠르게 흔들리는지를 보여 주는 도구이지, 흔들린 자리를 메우는 수단이 아니다. 정부가 이 장치로 무엇을 얼마나 빨리 하겠다는 약속은 이번 발표에 담기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청년이 실제로 손댈 수 있는 것은 이미 열려 있는 훈련 사업들이다. 장관은 기술혁신이 일자리 감소가 아니라 근로자의 역량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중소기업 인공지능전환(AX) 현장훈련사업과 AI 기초·융합훈련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청년을 겨냥해서는 K-뉴딜 아카데미에서 AI·반도체 등 청년 수요가 높은 분야의 기업 주도 직업훈련과 현직자 멘토링을 제공하고, 장기 휴직상태 청년을 위한 맞춤형 AI 기초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K-뉴딜 아카데미는 이미 돌아가고 있는 사업이다. 현대차그룹이 맡은 미래 모빌리티 분야 과정(HINT)은 지난 27일 1000명 규모로 첫 교육을 시작했고, 2차 과정은 10월 28일부터 열린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기술교육대학교가 운영하는 온라인 평생학습 플랫폼 STEP에서도 무료 AI 강의가 열려 있다. 장관 발언에 등장한 훈련들은 새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아니라, 지금 신청할 수 있는 창구에 가깝다.
장관은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이제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잠시 숨 고르는 청년들이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정책수단과 전달체계를 총동원하겠다”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논의된 내용을 검토해 올해 하반기 고용 정책의 세부 실행 계획에 반영하고, 「고용동향 점검회의」를 정기적으로 열어 고용시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며 정책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 28일 3분기 중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가칭 「청년 일자리 회복방안」에 이날 논의가 어떻게 반영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문의는 고용노동부 미래고용분석과(044-202-7233)가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