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로 일하면 퇴직금이 없다. 계약이 끝나면 그걸로 끝이고, 노후를 위해 따로 돈을 모으는 일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었다. 이달부터 이 구조에 틈이 생겼다. 7월 1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자영업자와 노무제공자, 공무원도 공적 기금형 퇴직연금인 ‘푸른씨앗’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22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프론트원에서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가입 대상 확대 기념행사를 열었다. 행사 장소인 프론트원은 국내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복합 지원공간으로, 스타트업과 청년 노동자가 밀집한 곳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새로 가입한 50인 미만 사업주와 푸른씨앗 IRP 가입자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참석자들이 직접 가입 신청서를 작성하는 순서가 이어졌다.
푸른씨앗은 2022년 도입된 우리나라 첫 공적 기금형 퇴직연금이다. 여러 중소기업이 낸 부담금을 하나의 기금으로 모아 전문적으로 굴리는 구조다. 규모가 작은 사업장도 큰 기금에 얹혀 안정적인 자산운용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도입 이후 가입자는 약 19만 명, 적립금은 약 1조9000억 원까지 늘었고 최근 3년 연속 안정적인 운용 성과를 냈다고 고용노동부는 밝혔다.
이번에 달라진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사업장 단위 가입 기준이 넓어졌다. 기존에는 상시근로자 30인 이하 사업장만 가입할 수 있었는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열렸고, 2027년 1월부터는 100인 미만 사업장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둘째, 푸른씨앗 IRP가 새로 도입됐다. IRP는 개인이 스스로 계좌를 열어 노후 자금을 쌓는 퇴직연금 계좌다. 그동안 퇴직연금은 회사에 소속돼 있어야 접근할 수 있는 제도에 가까웠는데, 푸른씨앗 IRP로 자영업자와 노무제공자, 공무원 등 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적 기금형 퇴직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이 변화가 청년에게 갖는 의미는 분명하다. 프리랜서 계약과 플랫폼 일감, 여러 일을 겹쳐 하는 이른바 ‘N잡’이 늘면서, 근속이라는 개념 자체가 흐릿한 청년이 많아졌다. 회사를 오래 다녀야 쌓이는 퇴직금 제도는 이런 형태의 노동을 담지 못한다. 푸른씨앗 IRP는 소속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고용노동부는 그동안 영세사업장 노동자와 자영업자, 노무제공자가 퇴직연금 가입 기회 자체가 제한돼 충분한 노후 준비를 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번 확대는 그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중소기업 노동자는 물론 자영업자와 노무제공자 등 다양한 형태로 일하는 국민도 공적 기금형 퇴직연금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은 우리나라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의미 있는 변화"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앞으로도 퇴직연금 사각지대를 지속적으로 해소하고, 푸른씨앗과 같은 기금형 퇴직연금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현장 지원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가입 방법과 부담금 납입 방식, 운용 상품 등 구체적인 내용은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누리집(pension.comwel.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노후 준비를 언제 시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만큼, 소속이 없다는 이유로 미뤄 뒀다면 한 번쯤 들여다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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