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상대가 양육비를 보내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의 생활이 멈춰 주지는 않는다. 이 공백을 국가가 먼저 메우는 제도가 양육비 선지급제다. 성평등가족부가 7월 5일 내놓은 시행 1년 성과를 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6,923가구의 미성년 자녀 1만917명에게 모두 167억 3천만원이 지급됐다. 그리고 올해 10월부터는 이 제도의 문턱인 소득기준이 아예 없어진다.
제도의 구조는 단순하다. 양육비 채권이 있는데도 비양육부모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국가가 미성년 자녀 1인당 월 20만원을 먼저 지급한다. 지급은 자녀가 성년에 이르기 전까지 이어진다. 다만 법원이 정한 집행권원상 양육비 금액을 넘겨 받을 수는 없다. 자녀가 셋이라면 월 60만원까지 받는 셈이다.
국가가 대신 준 돈은 그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정부는 선지급한 금액을 비양육부모에게서 국세 강제징수의 예에 따라 돌려받는다. 회수 절차는 올해 1월부터 시작됐고, 5월 말 기준 6억 4천만원이 회수됐다. 아직 초기 단계여서 회수 실적이 지급액에 크게 못 미치는 만큼, 제도가 ‘국가가 대신 떠안는 비용’이 아니라 ‘먼저 주고 받아내는 구조’로 자리 잡을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관건이다.
가장 큰 변화는 신청 자격이다. 현재는 기준 중위소득 150% 이하인 한부모 가구만 신청할 수 있다. 이 소득기준이 올해 10월부터 폐지된다.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른 것으로, 앞으로는 소득·재산 조사 절차 없이 지원 여부가 결정돼 지급까지 걸리는 시간도 짧아진다. 정부는 이 조치로 8천여 가구가 새로 지원 대상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
신청 요건은 지난해 한 차례 완화됐다. 처음에는 신청 직전 3개월 동안 양육비를 한 푼도 받지 못한 경우에만 신청할 수 있었지만, 지난해 9월부터는 ‘3개월간 받은 월평균 양육비가 선지급금보다 적은 경우’까지 인정된다. 매달 몇 만원씩 띄엄띄엄 들어오는 탓에 오히려 제도 밖으로 밀려나던 가구들이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신청은 양육비이행관리원 누리집(www.childsupport.or.kr)에서 상시 받고, 우편 접수도 가능하다. 문의는 대표 상담전화(1644-6621)가 받는다. 신청하려면 법원 판결이나 조정조서 같은 집행권원, 즉 양육비를 받을 권리를 확인해 주는 서류가 먼저 있어야 한다. 집행권원이 없으면 이행관리원의 법률지원으로 이를 확보하는 절차부터 밟는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양육비 선지급제는 지난 1년 동안 양육비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부모가족의 생활 안정과 자녀의 건강한 성장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안전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오는 10월 소득기준 폐지를 통해 더 많은 한부모가족을 지원하는 한편, 관계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양육비 채무자의 책임 이행도 더욱 철저히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대와 30대에 홀로 아이를 키우는 청년 한부모에게 양육비 미지급은 곧바로 생활비 문제로 이어진다. 월 20만원이 양육 비용 전부를 감당하는 금액은 아니지만, 학원비나 치료비처럼 가장 먼저 포기하게 되는 지출을 붙잡아 두는 최소한의 버팀목이 된다. 소득기준이 사라지는 날짜는 10월 29일이다. 그동안 소득이 조금 많다는 이유로 신청조차 못 했던 청년 부모도 이날부터 대상에 들어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