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제도의 신청이 적으면 홍보가 부족했다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그런데 홍보를 아무리 늘려도 이름이 먼저 문을 닫아 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름을 보고 ‘나는 해당 없다’고 판단하면 안내문은 읽히지 않는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16일 낸 『알기 쉬운 청년 정책.zip』은 78쪽에 청년정책을 모아 놓은 자료다. 발달장애인 등 정보 약자를 위해 쉬운 문장으로 쓴 판본이라, 요건이 평소보다 또렷하게 적혀 있다. 그 또렷함 덕분에 오히려 드러나는 것이 있다. 우리가 이름만 보고 지나쳐 온 제도들의 실제 대상 범위다. 다섯 가지를 짚는다.
첫째,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는 재학생 전용이 아니다. 이름에 ‘대학’이 붙어 있어 그 대학 학생만 쓰는 곳으로 읽히지만, 정책집은 ‘만 15~34세 청년이라면 누구나’라고 적었다. 고용24의 제도 안내는 더 구체적이다. 센터가 있는 대학의 재학생·휴학생·졸업유예자·졸업생은 물론이고, 다른 대학 학생과 고등학교 이하를 졸업한 청년을 포함한 지역청년까지 만 15세 이상이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졸업 후 몇 년 이내라는 기간 제한도 공식 안내에는 없다. 이력서 첨삭, 모의면접, 재직자 멘토링, 취업활동계획 수립까지 고용센터에 가지 않고 가까운 대학에서 받는다. 다만 센터별로 운영하는 프로그램과 우선순위는 다르다.
둘째, 국내재취업지원은 고용노동부 사업 참여자만 대상이 아니다. 해외에 나갔다 돌아온 청년의 국내 취업을 돕는 사업인데, 이름만 보면 고용노동부 해외취업지원사업을 거친 사람에게만 열린 것처럼 읽힌다. 정책집은 대상을 이렇게 적었다. 해외취업지원사업 참여자, 그리고 ‘해외취업·연수·인턴십·창업 등 해외 경험자(교육부, KOICA, KOTRA 등 타 사업 포함)’다. 다른 부처 사업으로 나갔던 경험도 인정된다. 교육부 프로그램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거나 코이카 봉사단, 코트라 인턴을 했던 청년도 1:1 컨설팅과 실전 모의면접, 재취업 박람회를 이용할 수 있다. 만 34세 이하가 기준이고 군 경력이 있으면 39세까지 올라간다.
셋째, 내일배움카드 한도를 다 써도 남아 있는 50만 원이 있다. K-디지털 기초역량훈련은 기초 코딩·빅데이터·웹디자인·영상편집 같은 과정을 온라인으로 듣는 훈련이다. 이 훈련에는 내일배움카드 기본 한도와 별도로 쓰는 전용 50만 원이 붙는다. 정책집은 ‘내일배움카드에 남은 돈과 상관없이 따로 훈련비 50만 원을 더 받을 수 있다’고 적었다. 카드 한도를 이미 소진해 훈련을 포기한 청년이 놓치기 쉬운 돈이다. 이 50만 원은 크레딧 형태로 지급되며 K-디지털 기초역량훈련에만 쓸 수 있다. 최초 수강일로부터 1년간 유효하고, 카드가 만료돼 재발급을 받으면 크레딧도 다시 지급된다. 훈련비의 10%는 본인이 낸다.
넷째, 일반고 3학년도 국비 직업훈련을 받는다. 국비 직업훈련은 직업계고 학생의 몫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일반고 특화훈련은 이름 그대로 일반계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한다. 10개월 동안 기계·정비·미용 등 원하는 분야를 배우고, 훈련비는 100% 지원돼 본인이 내는 돈이 없다. 한 달에 80% 이상 출석하면 월 최대 20만 원을 따로 받는다. 청년 훈련 제도 가운데 본인부담이 0원인 경우는 드물다. 다만 이 훈련에 참여하려면 국민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아야 하고, 재직 중이더라도 구직신청을 해야 카드가 나온다는 절차가 앞에 있다.
다섯째, 등록금이 아니라 월세에 쓰는 장학금이 있다. 주거안정장학금은 집에서 먼 대학에 진학한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대학생에게 주거비를 지원한다. 장학금이라는 말 때문에 등록금 지원으로 읽히고, 등록금은 국가장학금에서 이미 받고 있으니 자기와 무관하다고 넘기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국가장학금과 별개이며 월 최대 20만 원이 나온다.
한 가지는 정확히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이 장학금은 매달 20만 원을 현금으로 꽂아 주는 정액 지원이 아니다. 월 20만 원 한도 안에서 학생이 실제로 지출한 주거 관련 비용을 정산해 주는 방식이다. 인정되는 항목은 임차료(전월세보증금 포함), 주거 유지·관리비, 수도·연료비, 주택임차 저당차입금 이자상환액 등이다. 정책집은 ‘주거비로 월 최대 20만 원을 지원해요’라고만 적어 정액처럼 읽히지만, 실제로는 지출을 증빙해야 한다. 신청과 서류 제출은 한국장학재단에서 학기별로 진행된다.
다섯 건을 늘어놓고 보면 공통점이 있다. 이름이 대상을 실제보다 좁게 신호한다는 것이다. ‘대학’은 재학생을, ‘국내재취업’은 특정 사업 출신을, ‘장학금’은 등록금을, ‘일반고 특화훈련’은 직업계고를 떠올리게 한다. 홍보물을 몇 장 더 뿌리는 일로는 이 신호를 바꾸기 어렵다. 안내문이 눈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판단이 끝나 있기 때문이다.
신청률이 낮은 제도를 두고 청년의 무관심을 말하기 전에, 그 이름이 누구를 부르고 있는지 먼저 볼 필요가 있다. 대상을 넓게 설계해 놓고 이름으로 좁게 부르는 것은 설계의 문제이지 수용자의 문제가 아니다.
각 제도의 신청 방법과 세부 요건은 고용24, 한국장학재단, 그리고 온통청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요건은 연도별 공고로 바뀌므로 신청 전에 해당 연도 공고 원문을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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