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25만 명이 열고 36만 명이 깼다 — 청년도약계좌 ‘5년’의 무게 · ‘진짜 받을 수 있나’ ③
기사 3줄 요약
- 1중도해지율은 2023년 말 8.2% → 2024년 말 14.9% → 2025년 7월 말 15.9%로 올랐다. 누적 중도해지 35만 8,000명, 가입자는 225만 명
- 2‘최대 5,000만 원’은 월 70만 원씩 60개월을 한 번도 빠짐없이 채운 사람 기준의 상단값이다. 손에 쥐는 돈은 납입액과 유지 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 33년 이상 유지한 뒤 해지하면 최대 연 4.5% 수준의 이자를 인정받는다. 언제 깨느냐가 손실 폭을 크게 가른다
청년도약계좌는 ‘최대 5,000만 원 목돈’이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그 숫자에는 ‘5년을 끝까지 채운 사람에 한해서’라는 조건이 붙어 있다. 청년정책신문의 검증 기획 ‘이 정책, 진짜 받을 수 있나’ 3편은 이 상품의 성적표를 숫자로 읽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중도해지율은 2023년 말 8.2%에서 2024년 말 14.9%, 2025년 7월 말 15.9%로 올랐다. 누적 중도해지자는 35만 8,000명, 해지 금액은 1조 5,000억 원대다. 다만 같은 자료는 가입자 225만 명 가운데 여덟 명 중 일곱 명은 아직 계좌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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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도약계좌는 홍보 문구가 강렬한 상품이다. ‘최대 5,000만 원 목돈’, ‘연 9%대 적금 효과’ 같은 표현이 따라붙는다. 그런데 이 숫자들에는 공통으로 생략된 전제가 하나 있다. 5년을 끝까지 채운 사람에 한해서다. 이 기획의 세 번째 주제로, 그 전제가 실제로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를 공개된 숫자로 확인했다.
먼저 상품의 뼈대다. 청년도약계좌는 청년이 월 최대 70만 원까지 5년, 60개월 동안 자유롭게 납입하는 적금형 상품이다. 여기에 은행 이자와 이자소득 비과세, 그리고 정부가 납입액에 비례해 얹어 주는 정부기여금이 더해져 만기에 목돈이 된다. 정부가 안내해 온 ‘최대 약 5,000만 원’은 총급여가 낮은 청년이 매달 70만 원을 60개월 내내 넣었을 때의 최대 시나리오 값이다. 5,000만 원은 누구나 받는 금액이 아니라 완주자의 상단값이다.
그렇다면 몇 명이나 완주하고 있을까. 국회 정무위원회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청년도약계좌 가입 및 운영 현황’ 자료를 보면, 2025년 7월 말 기준 누적 중도해지자는 35만 8,000명이다. 전체 가입자 225만 명의 15.9%에 해당한다. 이 비율은 시간이 갈수록 올랐다. 2023년 말 8.2%였던 것이 2024년 말 14.9%, 2025년 7월 말 15.9%가 됐다. 해지된 금액은 1조 5,000억 원대로 집계됐다.
이 숫자는 두 가지로 읽힌다. 하나는 해지가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출시 첫해와 견주면 비율이 두 배 가까이 됐다. 다른 하나는, 뒤집으면 여전히 여덟 명 중 일곱 명은 계좌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라는 점이다. ‘줄줄이 깼다’는 표현만으로 이 상품을 요약하면 절반만 본 것이 된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단서가 붙는다. 이 상품의 5년 만기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2023년 6월 출시분이 만기를 맞는 것은 2028년 6월이다. 지금의 15.9%는 중간 성적표이고, 최종 완주율은 앞으로 2년 넘게 더 지켜봐야 확정된다. 남은 기간이 길수록 해지 요인을 만날 시간도 길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깨느냐 마느냐보다 언제 깨느냐다. 만기 전에 계좌를 해지하면 일반적으로 정부기여금과 이자소득 비과세 혜택을 온전히 가져가지 못하고, 약정 금리 대신 낮은 중도해지 금리가 적용된다. 연 9%대 효과로 홍보된 상품이 중도에 깨는 순간 웬만한 일반 적금만도 못한 결과로 뒤바뀔 수 있는 이유다. 다만 정부는 3년 이상 유지한 뒤 해지하는 경우 최대 연 4.5% 수준의 이자를 인정하는 장치를 두고 있다. 같은 중도해지라도 1년 차에 깨는 것과 3년을 채우고 깨는 것은 손에 남는 돈이 크게 다르다는 뜻이다.
5년이라는 기간 자체가 이 상품의 가장 큰 설계 변수다. 만기가 길수록 그 사이에 이직·실직·이사·병원비 같은 목돈 지출을 만날 확률이 커진다. 그리고 그때 청년이 깰 수 있는 통장은 대개 이 계좌뿐이다. 전세보증금이나 예적금 담보 대출 같은 대안이 없는 청년일수록, 비상금이 없어서 자산형성 상품을 깨는 순서를 밟게 된다. 자산형성을 지원한다는 제도가 비상금 부재 앞에서 무너지는 구조다.
여기에 이 제도의 설계상 역설이 겹친다. 정부기여금은 소득 구간이 낮을수록 납입액 대비 매칭 비율이 높게 설계돼 있다. 저소득 청년일수록 같은 돈을 넣어도 더 많은 지원을 받는다는 뜻이고, 제도의 취지로 보면 옳은 방향이다. 그런데 매달 수십만 원을 5년간 흔들림 없이 넣을 현금흐름 여력이 가장 부족한 계층 역시 저소득 청년이다. 가장 유리하게 설계된 사람과 가장 깨기 쉬운 사람이 상당 부분 겹친다. 혜택의 크기와 완주의 난이도가 반대 방향으로 작동하는 셈이다.
가입 자격에도 문턱이 있다. 청년도약계좌는 나이 요건에 더해 본인의 개인소득 요건과 가구소득 요건을 함께 본다. 소득이 너무 높으면 대상이 아니고, 소득이 아예 없어도 가입 요건을 채우지 못한다. 다만 연도별 소득 기준선과 구간별 기여금 매칭 비율은 개편이 잦아, 이 기사에서는 특정 수치를 쓰지 않는다. 본인의 소득 구간에 따라 기여금이 달라지므로, 가입 전에 취급은행이나 서민금융진흥원 안내로 올해 기준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순서다.
숫자를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225만 명이 열었고, 35만 8,000명이 깼고, 나머지는 아직 만기를 향해 가고 있다. 이 상품의 진짜 성적표는 2028년 이후에야 나온다. 그때까지 청년이 스스로 점검할 것은 세 가지다. 5년간 유지 가능한 납입액인가, 급전이 필요할 때 이 계좌 말고 깰 것이 있는가, 그리고 부득이하게 깨야 한다면 3년을 넘길 수 있는가. 이 세 가지가 5,000만 원이라는 숫자를 내 것으로 만들지, 남의 것으로 끝낼지를 가른다.
참고 자료: 금융위원회 — 이 기사는 해당 기관의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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